개인적으로 로맨스 장르는 꺼려하는 편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참혹하고 비참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남녀가 하하호호 하는 걸 보고 있느냐 하는 느낌이 의식의 바닥에 깔려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보지도 않는데 생각해보면 로맨스 영화 꽤 많이 봤다. (...) 그러니까 보기 전에 거부감이 조금 있을 뿐이지 정작 볼 때는 내용을 즐기는 것 같다. (뭐야 이게)


8월의 크리스마스는 현재까지도 가끔 거론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보게 된 건 아주 우연히, 정말 아무 생각없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위에 걸어놓은 정원(한석규)의 사진 이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독사진인데 이상하게 계속 기억속에 남았다가 케이블 TV영화 채널에서 방영할 때 자리에 앉아 시청했다.


이 영화는 별로 로맨스 장르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그런 남자의 사랑과 이별이기에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장점이다. 헐리웃의 연애영화들처럼 화려한 연출과 기가막히게 작위적인 내용이었더라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없었으리라.


영화를 보는 내내 90년대 한국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당시의 생활상이 잘 표현되어 있는 건 덤이었다.